저는 50번,347번 종점 근처인 태원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학생입니다. 위의 두버스가 저희 학교를 경유하여 운행하는 덕에, 편안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지요^^
지난 일요일(11월 28일),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없이 또 하루를 보내고 집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9시20분. 헉, 347번 오는 시간이잖아!
347번은 부대역 앞에서 저희집까지 오는 가장 빠르고 편안한 버스.. 그러나, 그 극악에 가까운 적은 운행수로 인해 한번 놓치면 2시간넘게 기 다려야 하는, 저로선 참 사연이 이래저래 많은 버스입니다.
\\지금 뛰면 탈 수 있을까..? 이럴줄 알았으면 동생줄 아이스크림은 다음 에 사는건데 ㅠㅠ\\
죽어라 오투시네마 맞은편 정거장을 향해 달리면서 머릿속으론 온갖 상념 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버스를 놓치면 언제나 그렇듯 301번을 타고 덕 계에서 내려 20분가까이 걸어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이 겨울에;
육교에 다다랐을때, 헉. 안타깝게도 저 멀리서 347번 버스가 정거장에 다 다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횡단보도도 없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이 넓은 길을 무단횡단 해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 깊은곳에서 부터 스멀 스멀 솟아 오르는걸 느꼈으나, 아직은 살아서 못해본게 많은 나이이기에, (아직 여자 손도 제대로 못잡아 봤느데에에~ ;ㅁ;)눈물을 삼키며 육교로 무작정 뛰어 올라갔습니다.
육교의 절반쯤에 도착했을때, 아, 님..아니,347번 버스는 야속하게도 저 를 남겨두고 조용히 정거장을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큭, 역시 오늘도 실패인가 ㅠㅠ\\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엔 힘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 지 뛴게 아까워서 ☜(바보입니다,예;) 347번을 향해 죽어라 달렸습니다. 마침 정지 신호를 받아 멈춰있던 347번. 그러나, 제가 육교에서 막 내려왔 을땐 이미 주행신호를 받아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뒤였습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버스가 그 자리에 멈추더니, 앞문이 스르륵 열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왠떡이냐! 하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 해 달렸습니다. 땀으로 샤워를 한채 버스에 올라타니, 운전 기사분께서 너 무도 멋진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저를 보시고, 일부러 기다려 주신거지 요. 큭, 감동 백만볼트!!! ㅠ▽ㅠb
\\감사합니다!\\를 연방 입으로 되뇌이며, 편안한 시트에 몸을 묻었습니다. 덕분에, 수험 스트레스도 한결 가시는듯 했지요. 그리고..긴장이 풀린탓인지 전 집에 도착할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답니 다. ---------------------------------------------------------------------
다음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야 하는데, 깜박하고 집에서 지갑을 놓 고 왔지 뭡니까. 내일은 꼭 빌려야지, 하며 집에 돌아와 지갑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화요일,수요일 학교와 집 구석구석을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지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미친것이, 일요일에 있었던 347번 사건이었습니다.
\\혹시, 그때 미친듯이 달릴때 떨어트린건 아닐까;\\
...그렇다면, 대략 낭패가 아닙니까. 지갑에 있는 돈은 만오천원. 한주간 식비가 송두리째 사라지는데.컥; 게다가 시험기간에 학생증과 민증이 없으니 책도 대출할수가 없고.. 무엇보다, 신검 받으러 다녀오면서 받은 19500원짜리 환을 현금화 할수가 없으니!!;;
누군가 지갑을 줍는다면, 돈은 다 가져도 좋으니(아니, 이왕이면 돈도 주 셨으면 하지만 ㅠㅠ;) 지갑과 민증,학생증만이라도 돌려주었으면;; 그렇게 멍하니 수요일 밤을 보내었습니다.
제 불행과는 무관하게 또 해는 떳고, 학교는 가야했습니다. 터덜터덜 집을 나서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던중, 눈에 삼신버스 종점 사무소 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혹여나 하는 마음에 사무소에 들러 혹 시 제 지갑이 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기사분들께선 오후에 소장님께서 오시면 확인할수 있을거라며, 귀가시에 다시 들러 달라고 친절히 설명해주 시더군요.
집에 돌아오는길,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사무소를 향해 걸어올라가는데, 창문을 통해 절 유심히 바라보시던 소장님게서 무슨 용무냐고 물어보시더 군요. 쭈뼛거리며 제 이름을 밝히고, 혹시 잃어버린 지갑이 있을까 싶어 왔노라 말씀드렸더니, 어서 들어오라 하신후 제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놓고간 그 지갑을 돌려주시기 위해 제 학교에도 연락하시 고, 파출소에도 문의하시고, 그래도 찾지를 못해 결국 일부러 우체국까지 가셔서 제 민증에 적혀있는 주소로 제 지갑을 보내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헉, 이런 감사한 일이! ㅠㅠ
지갑에 이름도 써놓지 않은 제 칠칠치 못한 행실때문에, 4일동안 그 많은 고생을 하셨다는것에 너무나도 죄송하고 또 송구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소장님께선 제가 이제라도 올줄 알았으면 하루 더 보관할것을, 민 증이랑 학생증도 들어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돌려주고픈 맘에 그랬다며 아 쉬워하셨습니다.
제 수중에 있는거라곤 하나로 교통카드뿐이라, 음료수 한병 사드리지 못하 는게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소장님께선 외려 제게 감귤까지 권해주 셔서, 마지막까지 폐만 끼치고 오게 되어 지금도 정말 송구스럽고, 감사 한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