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23:00경 덕계방면 동래우체국 버스 정류장에서 5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정류장도 한산했고, 저와 2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학생 둘만 정류소에서 버스를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10여분 가까이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50번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 버스, 정류소 앞을 1차선을 타고 휑하니 지나치더니
몇 미터 앞의 파출소 근처의 횡단보도 앞에서는 2차선에 서서 신호를 받는 겁니다. 황당해서 그 남학생과 뛰어 갔지만 기사님 그냥 가시더군요.
1, 2분 뒤, 50번 버스 한대가 더 오길래 정류장까지 채 가지도 못하고 파출소 근처에서 손을 흔들어 겨우 버스에 탔습니다.
날씨는 춥고,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 해서 그 버스 기사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앞 차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런데 이 기사님 짜증이 한껏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아~ 바로 뒤에 따라 왔잖아요!\\" 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일단 좌석에 앉았습니다.
아, 곧바로 따라와서 태워줬으면 됐지 뭔 말이 그렇게 많냐, 짱나게...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린 년이...그런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기사님 말씀대로면 바로 뒤에 뒷차만 따라오면 정류소의 승객들은 무시하고 1차선으로 피하고 밟으셔도 되는군요. 아, 승객을 피하는 버스도 있군요. 그런게 당연한 일인지 그 날 알았네요, 기사님.
그리고 곧이어 저에게 반문하시더군요, 그 기사님. 아가씨가 정류장에 서 있기나 했냐고. 그렇게 원리원칙 잘 지키시는 분이 앞차는 왜 두둔합니까? 겨울 밤에 승객이 차를 두대를 놓치든 말든 그냥 앞차처럼 열심히 밟아보시지 그랬어요.
어이가 없었지만 대답했습니다. 앞차가 정류장은 1차선으로 지나치고 2차선에 서서 신호 받기에 잡으러 뛰어갔던 거라고. 기사님은 그 뒤로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군요.
50번 종점 근처에 살다보니 이사 와서 이제껏 14년을 50번 버스만 타고 다녔습니다. 봉우나 태원은 특히나 50번 노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지요. 14년간 거의 매일 버스타고 다니면서 지금껏 항의 한마디 해본 적 없었 는데, 퇴근하고 자리에 누워도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다시 일어나 앉은겁 니다. 이건 대체 뭡니까?
밤 11시 가까이에 사직동에서 동래 사이에 큰 교통체증이 있어서 앞차와 뒷차의 간격이 조밀해졌나요? 앞차는 1차선으로 달리고, 뒷차에서는 태워줬으면 됐지라고 하시는데 이런게 서비스입니까?
저도 잘 압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 라는거. 그리고 별 거 아니라 생각하면 한 없이 사소한 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기사님, 미안하게 됐다 그 한 마디면 될 일을 정말 불쾌하게 만들어 주시더군요. 앞차나 회사를 대신해서 사과 한마디 하시는게 그렇게 어려웠나요? 아님, 기사님 보다 나이도 덜 차 보이는 계집애가 감히 몇 마디 올린게 못내 아니꼽고 울화가 치밀어올라서 하기 싫으셨나 보죠? 저도 직장 다니지만 그럴때는 사과하는겁니다, 아시겠어요?! 나이 든 다른 남자분이 그렇게 한마디 했어도 같은 반응 보이셨을까요? 굳이 기사님 성함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50번 버스 참 타기 싫어지네요. 앞으로도 마지못해 타야겠지만 버스에 오를 때마다 정말 기분은 엿 같을 것 같습니다.
이창 상단에서 왔다갔다하는 \\"삼신교통은 여러분의 소리에 귀울이겠습니다\\"가 오히려 아이러니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