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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승무원명
나는 내가 아닙니다. \r\n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r\n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r\n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r\n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r\n말하며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력한 남편입니다.\r\n\r\n\r\n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일을. \r\n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r\n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r\n\r\n\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없는\r\n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r\n요것 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r\n제쳐놓고대답부터 해야하고 이제는 중학생. \r\n이 된 큰놈들 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죽이며. \r\n들어야합니다.\r\n\r\n\r\n막내의 눈 높이에 맞춰 놀이 동산도 가고. \r\n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r\n답사도 가야합니다. \r\n\r\n\r\n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r\n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r\n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r\n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주지 못하고. \r\n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땅 초에 촛불을 켜고. \r\n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r\n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r\n\r\n\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어머님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r\n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r\n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r\n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r\n불쌍한 아들입니다. \r\n\r\n\r\n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r\n제대로 못 부쳐드리는 불효자식입니다. \r\n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r\n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r\n주말 한번 찾아 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r\n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r\n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r\n\r\n\r\n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r\n할 수가 없는 40대 직장 (중견) 노동자입니다. \r\n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r\n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r\n말도 삼켜야합니다. \r\n\r\n\r\n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안지도 못하고. \r\n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r\n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r\n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40대 남자. \r\n\r\n\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r\n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r\n\r\n\r\n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r\n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r\n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날은. \r\n저 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r\n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r\n뒷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없는 돈을. \r\n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r\n\r\n\r\n나는 내가 아닙니다. \r\n나는 가장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r\n무거운 아빠,나는 어머님의 불효 자식. \r\n나는 고개 숙인 40대 직장인. 어느 것 하나. \r\n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r\n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r\n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r\n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r\n\r\n\r\n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r\n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줄 . \r\n아는 40대 입니다...\r\n\r\n \r\n \r\n====== 이글도 펀글입니다 =========\r\n40대에 관한 글인지라 답글로 올려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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